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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로 본 한국경제 저성장 구조

경제인플루언서 경제톡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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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로 본 한국경제 저성장 구조

"요즘 돈이 안 도는 것 같다"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 돈, 다 어디로 갔을까요? 힌트는 바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4121조6000억원이라는 숫자 속에 숨어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이 거대한 자금 흐름의 실체와 그 영향, 그리고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4121조6000억…이게 뭔가요?

출처: 머니투데이.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우선, 부동산금융 익스포저(Exposure)라는 말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해, 금융기관들이 부동산과 관련해서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주거나, 투자한 총액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들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의 총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대출: 2681조6000억원
  • 보증: 1064조1000억원
  • 금융투자상품(펀드, 리츠 등): 375조9000억원
    → 총합: 4121조6000억원

이는 2020년 대비 무려 34%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불과 4년 만에 이렇게까지 늘었다는 것은, 한국의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부동산에 몰빵돼 있다는 뜻입니다.


부동산 쏠림 현상,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이처럼 부동산에 돈이 몰린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①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부채

  • 가계부채 총액: 1668조6000억원
  • 이 중 은행권 주담대만 902조5000억원
  • 2금융권(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주담대도 159조7000억원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입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자산 가치도, 상환능력도 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②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PF는 사업 자체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구조입니다. 토지 확보부터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성공해야만 돈을 돌려줄 수 있는 구조죠.

  • PF 익스포저 총액: 210조4000억원
    • 은행: 48조7000억원
    • 보험사: 38조2000억원
    • 증권사: 31조3000억원
    • 저축은행: 13조9000억원
    • 여전사: 24조1000억원
    • 상호금융 등 기타: 46조1000억원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비은행권(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PF 비중이 은행을 추월했다는 점입니다. 이들 기관은 자산 대비 리스크 감내 여력이 약한데, 고위험 대출을 많이 안고 있다는 것은 부실화 시점이 오면 부도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③ 건설·부동산 기업대출도 최대치

  • 건설업 대출: 112조원
  • 부동산업 대출: 511조원
    → 총 623조원

건설사나 부동산업체들이 금리에 민감하고, 분양이 지연되거나 미분양이 늘면 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은 이미 수주 부진과 이자 부담으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 정책과 금융시스템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시장이 과열된 것만이 아니라, 정책적인 요인도 이 쏠림현상을 부추겼다는 점입니다.

① 묻지마 전세보증

공적 보증기관이 전세보증을 대출금의 100%까지 서주면서, 전세대출이 2016년 36조원에서 2024년에는 200조원으로 폭증했습니다. 그 결과:

  • 갭투자 활성화
  • 전세금 미반환 사고 증가
  • 부동산 버블 형성

전세보증은 원래 서민 보호를 위한 장치였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혹은 투기자)를 위한 도구로 오용되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이 되었습니다.

② 위험조정수익률(RAROC)에 따른 대출 쏠림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줄 때 위험조정수익률이라는 지표를 따집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부도 시 손실률(LGD)이 낮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 있는 대출입니다.

그 결과:

  • 기업대출은 줄고
  •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는 늘어나고
  • 혁신기업은 자금조달 어려움 → 성장 정체

즉, 금융기관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 결국 국가경제의 혁신 기반을 말라붙게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부동산과 금융이 지나치게 얽히면 벌어지는 일

이처럼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동산과 밀접하게 얽히게 되면,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때 금융권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연쇄작용이 우려됩니다.

  1. 주택 가격 하락 → 담보가치 하락 → 대출 회수 어려움
  2. 금리 인상 → 이자 부담 증가 → 연체율 상승
  3. 미분양 증가 → 건설사 도산 위험 → PF 부실화
  4. 2금융권 부실 → 금융시스템 신뢰 저하 → 자금 경색

결국 이는 소비 위축과 투자 둔화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됩니다.


이제는 돌파구가 필요할 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다음 달 3일 부동산 금융 끝장토론에 나선다는 점에서, 정부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제 단기 규제 수준을 넘어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금융회사의 기능 재정립 (가계·부동산 쏠림 해소)
  • 자본비율 규제 개선 (기업대출 유도)
  • 보증기관의 역할 재조정 (보증 남용 방지)
  • 중장기 로드맵 수립 (10년 이상 계획)

숫자 너머의 진실을 봐야 할 때

부동산=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지만, 지금은 그 안전의 기반이 위험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단순한 가격 하락이나 규제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과 금융이 얽힌 구조 자체가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입니다.

앞으로는 리스크 관리, 균형 잡힌 자금 흐름,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대출 관행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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