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사태 총정리 투자자, 셀러, 소비자 피해는?
최근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7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실리콘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고, 투자자·판매자·소비자 모두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발란의 기업회생 배경, 실리콘투의 투자 경위, 현재의 재무위기, 그리고 향후 인수합병 가능성까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1. 발란, 국내 명품 플랫폼 1위에서 회생 신청까지…무슨 일이 있었나
2015년 설립된 발란은 한때 머스트잇, 트렌비와 함께 3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팬데믹 기간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빠르게 몸집을 불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3000억원의 기업가치까지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구조였습니다. 수수료 수익만으로는 마케팅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할인쿠폰 남발로 플랫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그 결과 최근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724억 원에 달하고, 2023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77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매출도 3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며 회생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2. 실리콘투, 75억 원 투자 후 바로 터진 정산 사태
코스닥 상장사 실리콘투는 2025년 2월 발란에 1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75억 원은 먼저 투자하고, 나머지 75억 원은 조건부로 집행하는 구조였습니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직매입 제품 판매 비중 50% 이상 달성
- 매월 영업이익 흑자 유지
또한 실리콘투는 발란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확보했는데요. 문제는 이 투자 발표 불과 2~3주 후부터 발란의 정산 지연, 결제 시스템 중단, 그리고 기업회생 신청이라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실리콘투의 투자 결정과 관련해 사전 실사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리콘투의 투자 직후 발란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투자 시점과 내부 사정 간 괴리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3. 핵심은 현금 흐름…발란은 왜 정산을 못 했을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유동성 부족입니다. 발란은 매출은 있었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했습니다. 최근 들어 판매대금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용카드사와 PG사들이 결제서비스를 중단했고, 결국 모든 결제 수단이 막혔습니다.
정산금 미지급 규모는 약 130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아직 정산일이 도래하지 않은 거래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특히 발란은 금융권 부채나 담보권자가 거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사실상 정산금을 받을 입점업체들이 최대 채권자가 된 셈입니다.
4. M&A로 회생 가능할까? 제2의 티메프 우려도
대표이사 최형록은 회생 신청과 동시에 M&A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번 주 중으로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인수자를 유치하고, 회생 인가 전에 매각을 성사시켜 빠르게 현금 유입을 이루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조기에 M&A가 성사되면 미정산 채권도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만만치 않습니다. 입점업체 이탈, 소비자 신뢰 저하, 그리고 유사한 사례였던 티메프의 기업회생 진행 등을 고려하면 회복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5. 실리콘투는 왜 투자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실리콘투 입장에서는 발란의 구조조정을 통한 반등을 기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환사채 투자이기 때문에, 지분 확보를 통해 플랫폼을 통째로 인수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미 투자금 회수조차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투자 당시 발란의 기업가치는 약 292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2년 전 3000억 원 대비 10분의 1 수준입니다. 실리콘투의 투자는 전략적 판단이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리스크 높은 투자였던 셈입니다.
발란 사태가 시장에 던지는 3가지 메시지
-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의 수익모델 부재는 구조적인 리스크다
- 전환사채 등 구조화 금융 투자 시 실질 재무 구조 검증이 필수다
- 플랫폼 사업에서 신뢰 기반 붕괴는 곧바로 현금흐름 문제로 직결된다
이번 사태는 한 스타트업의 몰락이 아닌, 유사한 구조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모두 경계해야 할 신호입니다. 특히 실리콘투처럼 전략적 투자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더 철저한 실사와 위험관리 능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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