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LE와 VIX로 이스라엘 이란 전쟁의 공포를 기회로 만드는 역발상 투자

오늘 아침, 잠결에 확인한 텔레그램 알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했다는 소식, 그리고 이란 군 사령관이 암살당했다는 뉴스가 화면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리는구나, 직감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코스피와 코스닥은 힘없이 주저앉았고, "전쟁 장기화"라는 단어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도 전에, 친한 친구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야, 큰일 난 거 아냐? 이럴 때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해? 지금이라도 뭘 사야 돈 벌 수 있어?"
스스로를 미국 주식 고인물이라 부르기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오랫동안 시장의 파도를 넘어온 경험 덕분인지 친구는 저를 의지하는 듯했지요. 친구의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유가와 전쟁 장기화, 이 두 가지 키워드에 대한 답을 원했죠. 오늘은 그 친구와 나누었던, 그리고 혼란스러울 다른 투자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서 써보려 합니다.
불안한 유가, 정유주(XLE)에 눈을 돌려야 할까?
친구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중동에서 전쟁 나면 유가 오르는 거 아냐? 그럼 정유주 사야겠네?"
정답에 가까운, 아주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실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곳이 바로 원자재, 특히 원유 시장이니까요. 중동 지역의 불안은 곧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이는 유가 상승을 부추깁니다.
이럴 때 제가 친구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 것은 XLE (Energy Select Sector SPDR Fund)였습니다.
- XLE란 무엇인가?: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들을 한데 묶어놓은 ETF(상장지수펀드)입니다. 엑슨모빌, 쉐브론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석유 공룡 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왜 XLE를 추천했는가?: 특정 기업 하나에 몰빵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XLE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 에너지 산업 전체에 투자하는 것과 같아서, 개별 기업의 리스크는 줄이면서 유가 상승의 혜택은 누릴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무조건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중동의 갈등은 유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왔다는 사실을 짚어주었습니다. 지금 당장 매수 버튼을 누를 수는 없으니(한국 시간 기준 오후 5시 개장), 시장의 반응을 차분히 지켜보자고 다독였습니다.
전쟁의 장기화, 시장의 공포에 투자하는 방법 (UVXY, UVIX)
친구의 두 번째 질문은 더 깊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시장은 계속 박살 날 텐데, 그때는 어디에 투자하는 게 맞아?"
이 질문에 저는 변동성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기에는 모두가 성장에 투자하지만, 지금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기에는 시장의 공포 그 자체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VIX 지수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 VIX 지수란?: 공포 지수라는 별명을 가진 지표로, S&P 500 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시장 참여자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쟁, 금융위기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VIX 지수는 치솟습니다.
이 VIX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UVXY (ProShares Ultra VIX Short-Term Futures ETF)와 UVIX입니다. 친구에게 이 상품을 설명하며 저는 아주 강력한 경고를 덧붙였습니다.
"이건 변동성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야. 2배 레버리지라 수익도 2배지만, 손실도 2배로 커져. 예전에 나도 이런 급등락주만 쫓아다니다가 불나방처럼 타버린 경험이 있어. 이건 정말 위험한 불장난이 될 수 있으니, 절대로 큰 비중을 실어서는 안 돼."
저의 솔직한 실패담에 친구는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변동성 투자는 상승장에서는 꾸준히 가치가 하락하는 특성이 있어, 단기적인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만 접근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을 때 잠깐 들어갔다가, 시장이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 미련 없이 빠져나와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상품인 셈이죠.
그래서, 지금 당장 매수 버튼을 눌러야 할까?
친구와의 긴 통화를 마치고,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XLE든 UVXY든, 중요한 것은 어떤 종목을 사느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마음가짐 이지요.
전쟁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일단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미국 시장은 밤에 열리니, 우리에겐 생각할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되돌아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 역시 예언가가 아닙니다. 그저 시장의 파도에 휩쓸려 퇴학당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성장하는 투자자일 뿐입니다. 오늘 친구에게 건넨 조언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공포에 질려 투매하거나, 탐욕에 눈이 멀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요.
이 글을 읽는 이웃분들 중에서도 미국 주식에 물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 아직 퇴학 아닙니다. 차분하게 대응하며 이 힘든 시기를 함께 살아남아 봅시다. 폭풍이 지나가면,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올 테니까요.
투자 Q&A
XLE ETF에 투자하면 무조건 수익을 볼 수 있나요?
아니요, 무조건은 없습니다. XLE는 유가와 에너지 섹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전쟁이 단기에 끝나거나 예상과 달리 유가가 안정될 경우,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항상 분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자신의 투자 원칙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UVIX(변동성 ETF) 투자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위험은 시간 가치 하락(Time Decay)과 레버리지입니다. VIX 상품들은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입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시장이 안정되면) 그 가치가 빠르게 감소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2배 레버리지 상품이므로, 예측이 틀렸을 경우 손실이 매우 클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위험 회피 수단으로만 소액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전쟁 같은 위기 상황에서 모든 주식을 팔고 현금화하는 게 좋을까요?
패닉 셀(공황 매도)은 대개 최악의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가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바닥일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팔기보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여 지나치게 위험에 노출된 자산의 비중을 일부 줄이거나, 위기 상황에 강한 자산(예: 달러, 금, 방산주 등)으로 일부 교체하는 등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더 좋아 보입니다.
*본 글은 투자 추천이 아닙니다.
개인의 성향과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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